감기몸살이 약간 있어 기상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점호와 식사, 배식조 일까지 마치고 오니 출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거의 없어 아침에 미처 못한 세면과 화장실 이용까지 한번에 하느라고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정도였다.
옆소대 소대장은 아침 댓바람부터 별일도 아닌걸 가지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출발 전 중대~ 차렷! 하는데 몇몇이 움직였다나. 얼굴 시뻘개질 정도로 열을 올리면서 감히 중대장님 앞에서! 중대의 가장 큰 어른이신데! 라며 입에 거품을 물어댄다. 40은 족히 넘었을 사람이 이제 30대 초반일 중대장더러 어른 어쩌고 하며 당사자 면전앞에서 대놓고 똥꼬빠는걸 보니 좀 우습긴 했지만 여긴 계급사회니.. 이동하는데도, 발 안맞고 팔 앞뒤로 힘차게 안휘두른다고 지랄. 소대 인솔하는 소대장훈련병 구령이 작다고 또 지랄한다. 결국 소대장훈련병은 사격장 도착하니 목이 완전히 가버렸다.
곧 조별로, 사로 순서별로 전날 알려줬던 자기 교번 부르면 뛰어나오라고 하더라. 전날 영점사격때와는 다르게 대기 위치에서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사격장이 나오는데, 때문에 사격전 뭔가를 보고, 습득할수 있는 기회는 시작 전 조교들이 짧게 보여주는 시범 밖에 없었다. 사격장 전방으로는, 산 하나를 중턱까지 완전히 밀어버리고 각 사로마다 세로로 100미터, 150미터, 250미터 간격으로 사람 상체모양의 표적이 배치되어 있었다. 엄청난 규모였다.
입사호 쏴(서서쏴) 10발, 엎드려 쏴 10발 이렇게 총 20번의 사격 기회가 주어졌으며, 멀중가중가의 순서가 4번이 반복되더라. 250미터는 10초, 150미터는 7초, 100미터는 5초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누워버리니, 제한시간 안에 명중시키고 다음 등장할 차례의 표적에서 대기타고 있으면 편하다나.. 시범이 끝나고 첫 사수조인 1조와 첫 부사수 조인 2조를 남겨두곤 모두 내려가서 대기하다가 차례 되면 안전수칙 외치고(요약하면 절대 통제에만 따르라는 것), 올라가게 했다.
이어플러그 덕에 소음에 시달리진 않았는데, 너무 깊게 눌러버렸는지 분대장의 지시가 잘 들리지 않았다. 통제 순서야 영점사격때 미리 외워 두었지만.. 삭막한 분위기 속이니 긴장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더라. 땀이 주르륵 흐르는게 느껴졌다. 긴장반 설레임 반의 감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첫탄인 250m는 멋지게 빗나가 버렸다. 너무 멀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총을 쥐고있으니 다소 흥분해서 호흡이 엉망이었던듯 싶다. 분대장이 빗나가는걸 보곤, 250미터는 포기 하란다. 이어서 계속 쏘는데 지나치게 탄이 높게 박히자 좀 낮게 쏘라고 알려준다. 그랬더니 한 두어발 정돈 제대로 박힌다. 하지만 너무 늦게 요령을 알아서인지 서서쏴 자세에선 명중탄을 거의 내지 못했다.
엎드려쏴 자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총의 장전이 풀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재장전을 하려고 손이 움직였는데,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통제를 하던 중대장에게 제대로 걸렸다. XX번! 내 교번이 나오길래 흠칫 했다. 왜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맘대로 움직였냐며 지적당했고, 그 와중에도 전날 지적당했는데도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얼차려 받던 녀석들이 기억나더라. 목감기로 인해 목이 완전히 가래에 잠긴 상태라서 쉽지 않았지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행히, 목소리 커서 좋다며 위기는 잘 넘겼다. 그래도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결과 나오기 전이었는데도 불합격을 예상했으니..
탄피를 챙기고 퇴장하는데, 바로 다음 차례인 부사수를 보고 중대장이 "왜 덜덜 떠나?" 하며 허허 웃는다. 사격장에서 약실검사까지 끝났는데도 만일을 대비하여 내려가서도 한번 더 검사했다. 네모난 천막 아래 있는 테이블에 방금 사격을 끝낸 조의 인원들이 서서 빙 둘러쌓고, 행보관의 지시에 따라 총구 하늘로 향하게 하고, 노리쇠 2~3회 후퇴전진! 약실검사! 노리쇠 전진! 격발! 까지 해서 총에서 틱! 소리가 나야지 끝났다. 여기서 총이 발사되는 상상을 한번 해봤는데,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천막에는 동그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더라. 탄피 반납하고, 사로 순서대로 몇발을 맞췄는지 알려주는데 대부분이 10발 안팎이었고, 난 5발이었다. 3발도 있고, 심지어 1발도, 0발도 있어서 그나마 위안. 그래도 불합격자는 재사격 하라며 불러줄 때까지 따로 불려가서 계속 PRI 연습을 하고 있어야 했다. 팔꿈치가 욱씬욱씬 쑤기는게, 얼차려가 따로 없다.
같은 생활관 녀석들도 거의가 불합격이었다. 몇시간 정도를 PRI 연습장에서 지긋지긋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녀석들은 다시 불려나가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끝까지 불러주지 않는다. 눈 안좋아서 갓뜸도 못하겠다던 안경잽이는 결국 합격이었다. 알고보니 6발이상 명중한 인원들에게만 재사격 기회가 주어지고 그 아래는 주말 보충교육을 가야 한다고.. 제기랄.
점심과 저녁 모두 영외배식이었다. 영외훈련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비 위생적이기 짝이 없는 환경이다. 한여름인데도 왜 나나 다른 녀 석들이 쉽게 감기에 걸리는지 알것 같았다. 비누나 세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이고, 하루종일 온몸에 흙먼지 묻혀가며 먼지 먹은 밥윽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설겆이도 맹물과 손으로만 해야 했고..
저녁식사 이후 꽤 오랫동안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휴식이래 봐야, 다들 모여서 노가리 까는것밖에 할순 없었지만. 야간사격은 8시가 좀 넘은 시점에서 시작됐는데 개인당 5발을 쏘고, 격발 보고를 입과 손가락으로 하는 대신 라이트펜을 이용한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2조에 속했던 덕분에 아직 해 떨어지기도 전인 환한시간이라 야간이라 가정하고, 검게 칠한 고글 쓰고 사격해야 했으니. 사수와 부사수 교대를 하는데, 사수가 내려가며 한발이라도 맞추면 손에 장을 지진댄다.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근데 한 두어발은 맞췄나 보다. 분대장이 "이야! 맞았다 맞았어!" 했던걸 보면.
공익은 야간사격을 거의 체험해보는 식이라 주간만큼 오래 걸리지도 않았지만 무거운 발 끌고 생활관으로 돌아오니 밤 10시쯤 되었더라. 중대장은 이번 기수는 사격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며 궁시렁 댄다. 역시나 소대별로 연대 목욕탕 이용 후 전에 받았던 쌀국수를 모두 함꼐 먹어야 했다. 정말 토나올 정도의 단체생활이다.
너무 늦어서인지 점호는 없었고, 소등 후 개인적인 빨래까지 마치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어갔다. 몸은 여전히 이상하다. 목도 잠겨있고, 잦은 기침에 콧물, 오른쪽 눈도 왠지 모르게 거북하다. 눈병일까? 물론 난 위생에 최대한 신경썼다고 자부한다. 거의 매일 취침전 남들 자는시간에도 찬물 몸에 끼얹느라 달달 떨면서도 목욕까지 마치고, 아침엔 30분은 일찍 일어나 미리 세면과 양치를 해두곤 했었으니. 하지만 감기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는다. 찬물로 너무 자주 씻는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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