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대한민국 3위 축구


FIFA 주관 국제대회 대한민국 첫 3위.

수비 수준은 엇비슷한 수준, 다만 한국의 창끝이 좀더 날카로웠던 반면 콜롬비아는 둔탁한 방패만 앞세워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거의 90분 내내 반코트 게임이 이어졌는데 한국의 짧은 볼터치에 이은 패싱게임에 잔뜩 약이 오를대로 오른 콜롬비아의 거친 플레이에는 지소연에 대한 과도한 견제 또한 들어가 있었다. 그게 원인인지 아니면 오늘 컨디션이 별로였는지 동료들의 본격 지소연 득점왕 만들어주기 프로젝트에도 한골밖에 성공시키지 못해 결국 득점왕과는 ㅂㅂ..

하지만 지소연이 기회를 놓칠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경기시간이 점차 90분에 다가갈수록 아쉬워하면서 콜롬비아의 골을 바라는 내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3위까지 올라오며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연장까지 가서 조금이라도 더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지난 며칠간 나를 매료시켰던 패싱게임을 볼 수 있는것도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더 없이 아쉬웠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스위스전에서 일으킨 센세이션에 놀랐고, 반신반의하던 가나전에서 보여주었던 근성과 투혼에 매료되었다. 2군 멤버로 세계 정상급이라는 미국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에선 비록 졌지만 희망을 보았고, 멕시코전은 수 없이 대기권돌파슛을 난사하는 국대 스트라이커들의 모습에서 봤던 골결정력에 대한 내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었던 그런 한판이었다.

다음 대회에서도 또 보고 싶은 모습이다. 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여자축구가 이룬 3위는 척박한 황무지에서 농부가 갖은 고생 끝에 처음 틔워낸 새싹과도 같다고 볼수 있겠다.
하지만 축협이 이 새싹을 잘 틔워주고 가꾸어주어 풍년으로까지 이어지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헝그리정신으로 뛰는 비인기 종목들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 작은 새싹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말라 비틀어져 죽을 것이고 축구팬들에겐 또 다른 '황무지에서의 기적'이 나오기까지 기약없는 기다림만이 남을 것이다.

타국의 선전에 자극받아 여자축구의 인프라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남축처럼 범 세계적으로 보급되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여자축구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아직은 무리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여자축구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이제 시작한지 고작 20여년 밖에 되질 않았으니 앞으로 세계 여자축구의 발전흐름에 따라 국내 여건또한 더욱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후 축협의 일정한 지원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그럴리가 없으니 내가 회의적이다.)

바램에 불과하겠지만, 훗날 내 살아생전 여자축구를 언급할때 2010년의 이 경기들을 보았노라고 자랑스럽게 회고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여자축구의 전반적인 인지도 및 인기도가 남자축구 못지 않게 활성화 되어야 하고, 인기도 상승엔 좋은 성적을 거두는 수 밖에 없다는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되었다. 결국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여부는 이후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대회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던 여자축구 관련 포스팅을 마친다. 언제고 내가 다시 블로그에 여자축구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을 수 있게끔 그런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한국 여자축구선수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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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팅 2010/08/03 09:24 # 답글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동점골 먹고 연장 가서 얘네들 축구 조금 더 보고 싶다는......
  • 백범 2010/08/18 15:19 # 답글

    근데 똑같은 축구인데, 보통 축구때는 그렇게 열광하면서도 왜 여자축구에는 이렇게 무관심한지 이해가 안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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